얼마 전 K양은 성능이 같은 두 노트북을 두고 일주일을 고민하다 A노트북을 구매했다. K양의 지갑을 연 것은 성능도, 디자인도 아닌 빵빵한 혜택과 서비스였다. 성능은 아무리 봐도 비슷하니, 보상 기간이 긴 곳, 마우스 패드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곳을 선택한 것이다. K양과 같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즉 C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중에도 고객들의 마음을 꿰뚫는 능력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모인 부서가 있다. 바로 ‘CS기획’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고객의 힘, CS의 중요성
기업의 운명은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있어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수많은 직무·부서 중에서도 ‘CS’가 중요한 이유다. CS는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 또는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말한다. 최근에는 제품, 전달 과정, 기업 이미지까지 다루는 영역이 넓어져 TCS(Total Customer Satisfaction), ‘총체적 고객만족’이라고 하기도 한다. 업무는 크게 ‘CS기획’과 ‘CS운영’으로 나뉜다. 

모든 기업에서 CS가 중요하지만, 특히 금융사, 통신사는 새로운 성능을 탑재한 기기를 내놓는 제조업과 달리 현재의 상품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CS의 비중이 큰 업종이다. 따라서 많게는 100여 명(지사 포함)이 넘는 인원이 관련 업무를 맡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B2C기업뿐 아니라 B2B기업에서도 CS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제품, 산업에 상관없이 CS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S와 콜센터가 CS의 전부? CS기획의 업무 
기업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 실행방법 등을 고민하는 것이 CS기획자의 주 업무. 나아가 CS 관련 교육 계획 수립, CS 평가까지 맡는다.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CS 부서 내 기획 담당자, 평가 담당자, 교육 담당자 등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 

● CS 평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객 만족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그렇다면 직원들이 제대로 서비스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가 방법으로는 크게 고객 관점의 평가, 개선과제를 통한 평가로 나뉜다. 

고객 관점의 평가를 위해서는 대개 설문조사와 암행 모니터링 방법을 활용한다. 암행 모니터링이란, 고객이 실제 이용하는 곳을 방문해 고객으로 가장하여 직원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영화관에 고객으로 입장해 직원들의 복장, 서비스, 환경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금융, 보험업의 경우 창구보다 콜 센터를 이용하는 경향이 많아짐에 따라 직접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평가하기도 한다. 개선과제를 통한 직원 평가의 경우, 고객 만족을 위한 개선안을 과제로 내고 과제를 잘 수행하는지, 과제 결과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등을 지표로 삼는다. 이를 테면, ‘은행에서 일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에 대해 고객이 불편해할 경우, 어떻게 간소화할 것인가’와 같은 개선 과제를 제시하고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처리하는 과정도 직원 평가 기준에 포함된다.

이처럼 CS기획 담당 부서는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평가 과정을 설계하고, 조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핵심은 부서별, 지역별로 모든 평가 과정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라고 할 수 있다. 

● CS 교육 
임직원의 교육 내용, 교육 기간 등을 정하고 사내 교육을 실행하는 것도 CS기획 업무 중 하나. 부서별, 직급별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어디서, 언제 교육을 진행할 것인지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외부 강사를 섭외해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부서 내 담당자가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CS기획 부서가 사내 교육의 A부터 Z까지 담당하는 기업이 많다.


CS 업무 수행에 필요한 5가지 역량 
● 고객 지향적 마인드는 기본
기업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지원자에게 대단한 능력을 바라지 않는다. 배우겠다는 자세, 즉 열정과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말씀! 단, CS 직무를 희망한다면 또 하나 갖출 것이 있다. 바로‘고객 지향적 마인드’다. 항상 고객을 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한 역량이나 지식을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 분석력을 키워라
CS 관련 부서는 전략기획부, 마케팅기획부와 마찬가지로 분석 역량이 필요한 곳.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고서를 읽고 스스로 분석 및 판단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통계 지식은 물론, SPSS와 같은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 논리적으로 문서를 작성하라 
여러 가지 기획을 상사, 또는 타 부서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문서 작성 능력도 중요하다. 문서 작성 능력은 기능적인 측면이 아닌 문서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사무직 인턴을 통해 경험과 역량을 키울 수 있다.

● 관련 지식을 쌓아라 
현재 국내 대학에는 CS기획과 관련한 전공은 없는 상황. 따라서 현업자의 전공은 매우 다양하다. 마케팅, CRM(고객관계관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많은 편이다. 또한, 조사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통계학과, 사회학과, 소비자 관련 학과 전공자들도 많다. 

학과 전공 제한은 없지만 ‘고객 서비스’, ‘서비스’, ‘서비스 품질’ 등을 다룬 서적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고객만족’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어서 면접은 물론, 현업에서 일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여라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타 부서와 내용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평가 지표가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도움된다.



※ 알림 기업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직무가 많다. 취업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캠퍼스 잡앤조이>가 팔을 걷어붙였다. 

‘틈새 직무 가이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직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글 싣는 순서 
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② 물류 혁신 ③ CS기획 ④ 인사기획



mentoring interview

“‘남이 알아주는 일’이 아닌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세요” 
김종운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컨설팅 1본부 팀장

Q. CS 관련 부서에서 신입 채용이 많이 이루어지나
물론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CS 관련 부서에서도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이 있는 사원을 원하는 추세다. 전략을 짜고 평가를 하는 업무에 있어서 신입사원이 해내기엔 벅찬 부분이 많아서다. 특히 평가 부문은 전 직원에게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있다. 

그때 원활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신입사원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Q. CS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서비스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따라서 제품 사양보다 ‘어떤 기업이 서비스가 좋은가’가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금융, 통신, 제조업 등 모든 상품이 포화 상태인 오늘날 각 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서비스 분야이기에 모든 기업이 CS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직무가 더 세분화되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Q.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대기업, 벤처기업, 컨설팅 기업까지 경험해 본 선배로서, ‘남이 알아주는 일’을 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든 일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남이 알아주는 것과 상관없이 스스로 일의 가치를 찾고, 부여해 되새기면 그 일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CS 업무를 수행한다면,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자기 암시를 걸고 임해야 한다. CS 관련 직무를 준비하며 고객을 향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잘 정리해놓으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은진 기자｜사진 한국경제 DB｜도움말 김종운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컨설팅 1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