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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십자매와 저출산 사회
작성자 진익선 등록일 2021-08-19 조회수 523

불안한 십자매와 저출산 사회

 

손정훈

어릴 적에 십자매라는 작은 새를 키운 적이 있다. 어미 새가 알을 낳으면 나는 언제쯤 새끼가 나올까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새장을 얇은 천으로 덮어 골방으로 옮겨 놓으시곤 출입하지 못하게 하셨다. 자꾸 들여다보면 어미 새가 불안해한다는 것이었다. 불안하면 알을 잘 품지도 않고 알에서 새끼가 나와도 잘 돌보지 않거나 심지어 물어죽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했던 나는 몰래 골방으로 가 십자매 둥지를 살짝 살짝 훔쳐보았다. 그래서인지 십자매 알을 본 기억은 있으나, 십자매 새끼가 부화해서 날아다니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 후면 인구가 줄고 노동력이 줄어서 우리 사회가 큰 위기를 겪을 거라는 기사는 수도 없이 읽었다. 당장 입학 지원자가 줄어든 대학은 이미 위기 상황이다.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한인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출산과 양육지원금을 늘리고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우선 배정하고 각종 제도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십자매나 사람이 같다.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의 특징은, 높아지긴 쉽지만 낮추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묻지마 범죄’가 한 번만 발생하면, 범인을 아무리 신속히 잡아도 불안감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비 지원을 아무리 늘려도 자녀를 양육하는데 따른 미래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프랑스인 친구 G는 파리에서 식당을 한다. 테이블 6개 정도의 작은 식당이다. 처음 문을 열 때 파리시로부터 창업 지원 대출을 받았다. 빚을 진거다. 그런데 일요일과 월요일 종일을 쉬고 토요일 점심도 쉰다. 문을 여는 날도 낮 세 시간, 저녁 세 시간만 손님을 받는다. 연말과 여름에 각각 2-3주씩 또 쉰다. 그렇게 일하고 5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그러고 나서 G는 그동안 너무 숨 가쁘게 살았노라고 식당 문을 닫고 5개월 정도 쉬었다. 불안하지 않은 것이다. 악착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고 교육비와 의료비와 주거비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은 그런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1회적인 지원금이 아니라 사회적인 안전망을 통해 불안감을 지워주어야 한다.

1971년 프랑스 여성 343인이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섬명서를 발표한 사건이 있었다. 유명배우와 정치인부터 일반 여성까지 모두 참여한 그 성명서의 한 구절은 이렇다. “우리는 이 사회가 살만한 곳이 되고, 전쟁의 위협과 강도 높은 노동이 사라질 때에 아이를 낳을 것이다.”

 

거의 반년을 쉬고 다시 새로운 식당을 개업한 G를 오랜만에 만나 축하의 말을 전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 내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나를 맞아준 것은 밤늦도록 불 꺼지지 않는 둥대같은 여의도의 빌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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