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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이라는 허망한 꿈의 긍정적인 부수 효과
작성자 진익선 등록일 2021-08-19 조회수 582

연금술이라는 허망한 꿈의 긍정적인 부수 효과

 

손정훈

 

프랑스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문화정책에서 문화콘텐츠정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발표를 끝내고 복도에서 만난 프랑스인이 웃으며 말했다. “프랑스에서 문화는 돈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문화는 돈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군요.” 문화를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 차이를 너무나도 간결하게 요약한 말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문화 영역에서 과정을 먼저 생각하는 관점과 결과에만 주목하는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물러난 전직 대통령이 “문화콘텐츠산업은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말한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이 역시 문화가 돈이 된다는 관점과 같은 맥락에 있는 말이고 문화의 결과적 측면을 강조한 말이다. 지나칠 정도로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정이 가지는 의미는 잊혀진지 오래다. 그러나 과정은 목표와 뚜렷이 구별되는 독립적인 의미를 가진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신이 뭘 잘할 것 같은지 교수에게 묻기도 한다. 간혹 목표만 찾다가 대학 생활을 보냈다는 학생도 만나게 된다. 목표를 정하기 힘든 것은 한 번 정하면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하나 정하면 그것만 바라보고 달려가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도 신입생이 들어오자마자 사회진출 목표를 선택하고 결과를 향해 달려야 한다고 압학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빨리 목표를 정하고 결과를 향해 달려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대학 신입생을 힘들게 한다.

결과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쉬워진다. 목표를 나중에 바꾸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해보는 것이 두렵지 않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은 그런 시도 속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만드는 것도 대부분 그 “그냥 한 번 해보는 것” 속에 들어 있다. 다만 그 경험과 과정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지금은 알 수 없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모여 언젠가는 내 삶에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 그 점들이 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연금술은 허망한 꿈이었다. 돌멩이를 황금덩어리로 만들겠다는 망상이었다. 그러나 연금술은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많은 발견을 가져왔고 기초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거창한 일생의 목표를 지금 정하지 못해도 괜찮다. 목표에 이르지 못할까봐 두렵더라도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던 성과를 얻거나 또 다른 목표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의 삶이 거창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큰 걸음으로만 채워질 수는 없다. 그 보다는 소소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로 늘 새롭고 가슴 뛰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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