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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가버릴” 청춘과 “길고도 긴” 청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3-08-12 조회수 3990

언젠간 가버릴청춘과 길고도 긴청춘

 

손정훈

(인문학부 불어불문학과 교수)

 

나에게 청춘이라는 말은 이중적인 울림을 갖는다. 그것은 오래전에 들었고, 요즘은 들을 일도 부를 일도 별로 없지만, 그 첫 소절만큼은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청춘이라는 제목의 노래 두 곡 때문이다. 그 하나는 요즘도 가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산울림>이라는 그룹이 불렀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으로 시작하는 노래이다. 두 번째 노래는 이은하라는 가수가 불렀던 청춘인데, “슬픈 노래 한곡 들려줄까, 청춘은 길기도 하지라는 노랫말로 시작된다. 처음 노래에서 청춘은 언젠가는 가버릴아쉬운 것이고, 두 번째 노래에서 청춘은 길기도 길어서 슬픈것이니, 언뜻 보자면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의 20대는 이 정 반대의 두 가지 청춘이 묘하게 얽힌 시기였다. 어느 때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젊은 날들이 아쉬워 조바심치기도 했지만, 이유 없이 답답해하며 길고 긴 방황의 시간이 어서 지나가버렸으면 하고 바랐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덧붙이자면, 이 두 노래는 모두 김창완이라는 한 사람이 만든 것이다. 김창완도 나처럼 청춘에 대해 이중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런 노래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딱히 유별난 경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청춘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 것은, 캠퍼스를 가득 채운 축제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일탈의 시간이 지나고 한 학기를 마무리해야하는 때가 되면, ‘나는 또 무엇을 하며 한 학기를 보냈는가라는 생각에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길이 보이지 않음에 답답해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춘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40년 전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외쳤던 구호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19685, 프랑스의 대학생들은 사회의 낡은 관습과 권위주의적 굴레를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며 거리로 나섰다. 흔히 68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시위에서 나왔던 여러 구호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상력을 권력으로(L'imagination au pouvoir)”라는 말이다. 정치도 경제도 아니라 상상력을 최고의 권좌에 올리자는 주장이야 말로, 젊은이들만이 내세울 자격과 권한이 있는 멋진 말이 아닌가?

청춘이 길고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자신의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인도하고 이끌어줄 내 마음의 권좌가 비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권력의 공백에 상상력을 앉혀 보는 것은 어떤가?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굴러가는 상상력이 만들어낼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새로운 자신과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황지우는 넒은 바다를 오가는 배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 너무 탁 트여 있어 오히려 막막한, 길이 없어 보이는 그곳에 길을 내는 것은 상상력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기보다, 가고 보니 길이 되는 그 가능성을 즐기는 것은 청춘에게만 허락된 축복이다.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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