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사관학교

- 인문학부 문화콘텐츠학과 09학번 이재원

저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교환학생 제도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나 어학연수의 기회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있지만, 학생신분으로 외국에 나가 직접 학문을 배울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영어권 국가였는데, 프로그램의 참가를 위해서는 토익이나 토플과 같은 어학점수가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어학 공부를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연하게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이번 방학 때 ‘동계 토익사관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습니다. 사실, 혼자 발품을 팔아 알아본 신촌, 강남등지의 어학원은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통학에 있어서도 불편한 점이 많았고, 실제로 수강생들이 대부분 학교를 졸업한 직장인이나 취업 준비생들이었기에 전체적인 분위기도 어두워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에서 제공하는 동계방학 어학공부 프로그램이 있었고, 프로그램 참가 시에 주어지는 각종 장학금 혜택 또한 다양했기에 주저 없이 참가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학교 학생들과 부담 없이 즐겁게 공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자 지원했었습니다.

우선 프로그램 신청 시에 학생 스스로 본인의 학습 정도와 시간계획을 고려해 초급, 중급, 고급반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선택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신청한건 토익 RC와 LC를 같이 다루는 종합 중급반이었고, 강의 기간 중 3번의 모의시험을 통해 실력의 향상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었습니다. 세부 강의 방향은 반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반에서는 하루에 RC 2시간 LC 1시간, 스터디 1시간으로 구성해 월요일부터 금요일 5일간을 보내게끔 되어있었습니다. 이 스터디라는 개념이 굉장히 신선했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10~12명의 인원을 하나의 조로 구성해 서로 학습방향을 설정하고 매일매일 외울 단어를 정해 한명씩 돌아가면서 출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험결과를 통해 벌금을 부과했고, 지각이나 결석 등으로 학습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에도 벌금을 걷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날그날의 숙제검사도 같이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모두들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학습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들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서로서로 미루지 않고 독려하며 한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같이 보낸 한 달간 모인 벌금으로 같이 점심도 사먹으며 학원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고 동기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모의시험은 학습 첫날 한번 진행하고, 3주째에 한번 그리고 마지막 5주째에 한번 있었는데, 마지막 날 보는 시험으로 성적 장학생을 선출하기 때문에 다들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장학금 때문이 아니더라도 다들 5주간의 노력의 결과를 무척이나 기대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시험이 끝난 뒤 조원들과 이야기하며 들었습니다.

이번 동계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방학 땐 아르바이트해서 놀러 갈 생각만 했었는데 5주 내내 강의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충하던 공부를 틀을 갖추고 시작하니 재미도 있었고, 점점 혼자서 공부하는 요령도 터득해 나가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늘리게 되었습니다. 방학 땐 쉽게 늘어지고 게을러지기 때문에 일부로 오전반을 신청했고 항상 7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지각, 결석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 더 욕심 내보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악물고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2월 2일인 어제 실제로 공인 토익 시험도 보고 왔습니다. 토익 사관학교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영어에 자신도 있었고, 공인시험을 통해서 실제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어서 신청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시험을 보러 갔는데 시험 응시자 명단에서 같은 조원도 여럿 보면서 ‘다들 열심히 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막연히 멀리하고 있던 시험을 처음으로 ‘빨리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5주간 공부하면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는 걸 느꼈고 알차게 보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영어성적향상뿐만 아니라 이번 경험을 통해서 인내를 가지고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학습 시에는 계획 없이 늘 ‘이 정도, 이 만큼’의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공부했는데, 지금은 ‘복습 한 시간, 문제풀이 2시간’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을 갖고 공부를 하니 예전처럼 공부하다 싫증나면 그만 두는 게 아니라 계획한 만큼은 꼭꼭 하게 되는 습관이 길러졌습니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어떤 기회가 앞에 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의심하고 고민하기 전에 직접 부딪혀 보고 경험 해보려는 자세가 생겼습니다.

토익시험이 끝 난지 하루밖에 안되었지만, 새로 학습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애초에 목표였던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는 토플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토익 사관학교 선생님께 여쭈어서 문제집을 추천받고 사두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충분히 요구점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주저 없이 다음 단계를 선택했습니다. 토익공부를 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요령도 터득했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법도 배웠기 때문에 이번 동계 방학이 끝나기 전에 토플 시험도 꼭 볼 생각입니다. 그 동안 학생증도 없이 학교를 다녔는데, 이번에 토익 사관학교를 하면서 도서관에서 공부 하려고 학생증도 발급받고 실제로 도서관과 많이 친해졌기 때문에 토플 공부도 학교에서 할 생각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데 자신 있기 때문에, 토플 사관학교를 다시 시작했다는 마음으로 학습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5주라는 시간이 상당히 짧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의 기간을 8주나 9주정도의 여유 있는 시간계획을 가지고 구성한다면 중간시험 결과를 알고 학습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처음 레벨테스트를 보고나서 결과는 중간시험을 볼 때 에야 나오고, 중간시험의 결과는 마지막 테스트를 보기 2~3일 전에 나오기 때문에 시험 결과를 보고 학습 계획을 짜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반 신청 시 자신의 레벨을 직접 선택하는데,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 말고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도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제 친구도 같이 토익사관학교를 들었는데, 실제로 고급반을 신청했다가 힘들어서 중급반으로 내려왔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커리큘럼을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기본 교재 외에도 주어지는 학습지나 문제지의 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따로 문제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고, 스터디라는 학습시간을 통해 공부를 지루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습니다. 모두들 저와 같은 만족감은 얻지 못했을지 몰라도 제가 동계 방학동안 참가한 ‘토익 사관학교’는 분명 본인의 어학실력이나 학습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