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학생 여러분께,

모두 겨울방학 잘 보내고 있습니까? 이제 설 명절도 끝나고, 올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다음 주는 수강신청이 시작되고 곧이어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이에 학과장으로서 몇 가지 당부할 것이 있습니다.

- 수강 신청시 학년별 이수체계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장학 선정시, 전 학기 평점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 성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전 학기에 정해진 전공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경우 장학생으로 선정, 추천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2학년 1학기 필수과목으로 분석화학, 물리화학1, 유기화학1, 물리화학실험이 개설되어 있고 그 외 각 학년별로 전공필수와 전공 선택과목이 있습니다. 요즈음 약학대학 편입시험 준비를 위하여 이 중 유기화학1만 선택하고 나머지 학점은 기초과학과 교양과목으로 취득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PEET 시험이 8월 경에 있어서 이와 관련있는 기초과학과 유기화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려는 데서 나온 현상입니다. PEET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어 2학년 마치고 바로 약대 편입이 될 경우에는 언뜻 효율적으로 보이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화학과에서 이렇게 바로 진학하는 경우는 매년 1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 외는 1년 이상 휴학하며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고로 우리과 학생 중 약대 입학한 사람은 2013년 5명, 2014년 7명(2월 7일 현재)입니다. 휴학을 하고서라도 약대 입학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더 많은 수의 학생이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의 휴학 생활 후 다시 복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복학 후 대학 생활인데 2학년 전공 필수 과목을 듣지 않았던 학생들은 그것들을 이수하느라 정상적인 학기 수보다 1-2학기를 더 다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학과 졸업에만 9-10학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문제는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약대시험 실패에 따른 장기 휴학, 순서가 뒤죽박죽된 과목 이수 성적표는 입사 준비할 때 여러분을 두고두고 불편하게 할 것입니다. 기업에서 중시하는 것이 요즈음은 ‘스펙’보다는 ‘스토리텔링’이다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자기의 열정과 목표를 보여주기 위한 자기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데는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약대를 준비하되 교과 이수 체계를 충실히 이수하고, 부득이 휴학하더라도 1년 이내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약대 진학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이 지금 우리의 상황입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급적 소모적인 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현명하게 진로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직업을 결정할 때 자기 흥미와 적성, 직업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공부 외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폭넓게 독서하고, 다양한 체험을 해 보아야 합니다. 이것들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숨어있는 열정을 부활시키기 바랍니다.

2014년 2월 7일

화학과 학과장 김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