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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과정게시판_선배가 후배에게 게시글의 상세 화면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이가영/영어영문학과
작성자 홍성연 등록일 2013-06-14 조회수 5318
[2013년 4월 교생실습을 마치고…]

교생실습을 마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4월의 모든 하루가 내 눈 앞에 있는 듯 생생하다. 실습을 다녀와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고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내가 교직에 아주 오래 전부터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교생실습을 다녀오기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개인과외와 교육봉사, 고등학생 멘토단 활동 등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왔지만 항상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만 얻었다. 또 종종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리, 폭력, 왕따, 자살 등 안 좋은 소식에 학교에 대한 반감만 커져갈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의 경험은 몇 년간 쌓여온 학교와 학생, 교사에 반감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해 준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감히 내 인생이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겐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2년 전,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내겐 전혀 보람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교직과정을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교직에 뜻이 없었기에 4월에는 실습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걱정되고 두려웠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데다가 목소리나 말투도 어른스럽지 않아서 학생들이 날 얕보진 않을까,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나? 옷은 또 뭘 입어야 하지?하는 온갖 생각에 실습 당일까지 걱정이 끊이질 않았고 날이 갈수록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갔다. 또 나는 학창시절에 크게 반항이나 방황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길에서 보이는 짧은 치마, 긴 머리에 화장한 학생들을 보면 ‘문제아들! 공부는 안하고…’라고 생각하며 저런 학생들을 앉혀놓고 어떻게 수업을 하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었고 학생들, 학교에 대한 나의 태도는 실습 첫 날부터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먼저, 학교 현장은 내가 지내온 시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되자 학부모와 학생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했고 평소 생활태도가 좋은 학생들에게 점수를 주어 학기말 혹은 학년말에 인증서를 주는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또 핸드폰으로 인한 문제상황을 막기 위해 아침 시간마다 핸드폰을 걷어가는데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핸드폰 수집 가방’도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서인지 매주 한 시간을 예바람(예의 바른 사람의 줄임말)이라고 불리는 인성 교육에 할애했고 진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대학탐방을 지원하는 등 진로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학교의 변화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실습 첫 주, 수업참관하며 실습기간 중 가장 충격적이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아무 거리낌없이 욕설을 내뱉었고 한 여학생은 수업 시작과 동시에 클렌징 티슈로 화장을 지우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초부터 화장을 다시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평소 같은 마음이었으면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에 고작 두 세 개 수업을 참관하는 것도 너무 피곤한데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공부해, 조용히 해’라는 말만 들으면서 생활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더니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또, 문제학생이라 여겨지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가정이나 학교생활에서 말 못할 고통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학생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말하자면, 성적 좋은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가서 보면 항상 수학 공부를 하고 있길래 학업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어시간에는 해석을 시키면 매번 ‘모르겠어요’라고 하길래 내가 교생이라고 무시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 얄미웠다. 그런데 나중에 수업 실습이 끝난 뒤, 그 반 담당 교생에게 들어보니, 그 학생이 다른 공부는 다 노력하면 성적이 오르는데 영어는 아무리 단어를 많이 외워도 간단한 문장조차 해석할 수 없다며 막막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교사가 자신의 기준만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깨달았다. 그런 학생들을 꾸중하고 이해 못하겠다고 훈계하기 전에 먼저 무슨 사정이 있는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외에도 한 달 동안 자율학습 감독도 하고 시험기간 감독 참관도 해보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는데 실습 기간을 가장 인상 깊게 해준 것은 아이들을 보며 이전부터 갖고 있던 학교와 학생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내 생각이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다루는 것처럼 못된 아이들은 없었다.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뿐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업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전공 교직 수업에서 모의수업 경험을 통해 수업 구상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영어 교과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도 독해 수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30~40명의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영어 지문을 독해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실습 전에 다양한 수업 활동과 방법을 배우고 구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돌이켜보면 실습 전, 아이들이 날 무시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내 능력의 부족보다도 자존감, 자신감이 낮은 게 문제였던 것 같다. 혹시 나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영어 실력을 늘리거나 외모를 가꿔 아이들 앞에 당당하게 서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연습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 한 전공 교수님께서 실습 나가기 전 조언해주신 말인데, 아이들을 대할 때 내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 그리고 선생님처럼 보이려고 멋있는 말만 하려고 한다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말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내가 아무리 의젓한 척하려고 해도 학생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파악해낸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들키면 어쩌나 걱정하느라 경직되어 있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학생들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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