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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과정게시판_선배가 후배에게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08학년도 교직이수 오리엔테이션 선배경험담입니다.
작성자 윤민호 등록일 2010-05-13 조회수 4104
선배들의 경험담(교육실습 후기)

그토록 기대하고 고대했던 교생실습 기간이 어느덧 다 끝났다. 첫 주는 오랜만에 고등학생들 보는 재미에, 내가 배웠던 선생님들을 다시 뵙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학생의 모습으로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던 길을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선생님으로 다시 오게 된 감회를 맛보는 것도 매우 흥겨운 일이었다. 둘째 주부터는 직접 진행해야 하는 종례, 조회와 수업의 부담으로 인해 밤새 고민도 했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업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수업에 최대한 참여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내 말을 안 듣고 떠들면 어떡하나 등 많은 걱정과 설렘 속에 보낸 시간이었다. 셋째 주에는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면서 학생들과도 친해지고 편한 관계로 발전하는 시간이었고, 이제 어느덧 마지막 주가 되어 이렇게 1달간의 실습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교사로서의 삶을 살 것인지, 이 직업이 나에게 적합한 직업인지 많이 고민하던 때에, 교생실습이란 기회는 기대 했던 것 이상을 배우게 해주는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처음으로 대학 캠퍼스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인데, 하나의 사회 조직 속에서 책임을 지닌 구성원으로서 배워가는 시기였다. 
학생이 아닌 교사로서 한 학급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자의 위치란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과 헌신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달간의 교생 실습의 기간은 내 자신에 대해서 나도 몰랐던 점들을 발견하고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학생들 앞에 선 나의 모습은 내가 머릿속에 그려 오던 나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인내심이 부족했고, 사랑과 열정도 부족했다. 학생들의 태도와 말에도 좌지우지 되지 않을 수 있는 담담함도 부족했고, 학생들을 혼내야 할 땐 혼내고 소리 칠 수 있는 용기도 많이 부족했다. 마음으로는 더 사랑해주고, 더 관심을 보여주고, 더 많이 격려 해 주고, 또 혼내야 할 아이들은 엄격히 혼내서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보겠다고 다짐했었으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늘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이들한테는 늘 미안했고, 내 자신한테는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란 그래서 그 어떤 직업보다도 인격적 성숙을 요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임교사들의 곤욕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처음 내가 교생한 학교에 부임한 04학번 언니와의 대화들도 잊을 수가 없다. 초임 교사에겐 하루하루가 모험이라던 언니의 말이 교육현장을 경험하고 나니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실제로 교직에 정교사로 서보니 교생 실습 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나의 교과 담당 선생님께서도 해주신 말씀이다. 정말로 내가 교사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인지, 학생들이 변하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주고 인내해줄 만큼의 열정과 사명감이 있는지 아니면 단지 안정성이라는 이 직업의 특수성이 좋은 것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교생실습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감상에 덧붙여서 조회, 종례 시간, 수업시간, 건강걷기대회 때 각각 느꼈던 감상들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교사, 교생 선생님들과 보냈던 시간들을 통해 느꼈던 감상들에 대해 적어보겠다.
조회시간은 나의 하루 일과에 있어 비교적 가장 수월한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피곤해서인지 아침시간에는 다른 시간에 비해 굉장히 조용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7시 50분부터 아침자율학습을 실시한다. 공식적으로 출석부에 기록 되는 지각은 8시 20분 이후에 온 학생들에 한하지만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7시 50분까지 학생들이 모두 와서 자습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침자율 학습에 늦은 아이들에게는 방과후 청소하는 벌을 주는 것이 담임 선생님의 방침이었다. 교생 실습 기간 동안에는 이 역할이 나의 역할이 되었다. 나는 아침에 7시 50분에 교실에 올라가서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자습 하도록 지도를 한 후 빈 자리를 확인했다. 내가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가도 내가 들어가서 “얘들아 자리에 앉아. 얼른!” 이라고 한 마디만 해도 학생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모두가 다 착실하게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같이 아침자습 시간마다 엎드려서 자는 아이도 있었고, PDP에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다른 일을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모든 학생들이 그 시간에 다 공부를 하도록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공부하려는 대부분의 학생들을 위해서 학습분위기를 조성 해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바로 종례 시간이었다. 종례시간에는 조회시간이랑 다르게 학생들이 매우 들떠있고, 산만하고 어수선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인 학생들도 있고,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반 친구들과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도 있고, 또 매점에 다녀오는 아이, 부랴부랴 학원숙제를 하는 아이 등 각기 다른 일들을 하고 있어 매우 소란스럽다. 아침과는 달리 종례 시간에는 조용히 하라는 말을 몇 번씩 반복해도 모든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공지사항이나 전달사항이 있을 때에는 종례시간보다는 조회시간을 이용했다. 종례시간에는 조금만 종례가 길어져도 학생들이 싫어하는 표정을 얼굴에 보여서 앞에서 이야기 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던 적도 많다. 종례시간이 힘든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청소지도에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침에 늦게 온 학생들을 청소를 시키다 보니 청소당번이 되는 아이들은 성실하고 유순한 학생들보다는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청소를 안하고 몰래 도망가는 아이들도 많고, 다른 반 친구들까지 반으로 불러와 이야기 하고 노는 아이들, 쓰레기를 구석에 다 밀어 넣어 놓고는 청소를 다했으니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까지 가지 각색으로 나를 괴롭히곤 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을 통해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친해질 수 있었고, 그렇게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화가 나기 보다는 귀엽고 재미있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내가 홀로 남아 큰 교실을 혼자 다 청소해야 했던 쓸쓸함만 제외하곤 말이다.
교생실습의 고비라는 수업시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교과담당선생님과 다른 교생 선생님들이 뒤에서 참관하며 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 그리고 내가 만든 수업 자료 한 줄 한 줄을 검토하며 평가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럽고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대학교에서도 발표수업을 많이 해본 터라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힘들고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히려 아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내가 실수 한 말 한마디에도 크게 웃고 놀리려 들텐데, 내가 모르는 것을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하나, 내 수업에 아무도 집중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 등 많이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 앞에서 정말 “선생님”이 된다는 생각에, 내가 배우고 준비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기쁨에 설레고 흥분되는 면이 더 컸던 것 같다. 아이들이 칠판 위에 스크린 달려있는데 한번도 그것을 사용해서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나는 ppt를 사용해서 수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현실적으로 일반수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한다거나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기가 힘든 여건이기 때문에, 교생 수업시간에라도 학생들이 이러한 것들을 경험해 보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내가 수업해야 할 부분은 교과서 본문 부분이었다. 나는 교과서 본문 한 줄 한 줄을 ppt슬라이드에 적어 문법적 설명, 단어 설명을 하기 위해 애니매이션 효과를 사용했다. 다양한 시청각 효과를 통해서 내가 엔터키를 누를 때마다 새로운 단어, 예문, 혹은 문법적 설명이 밑줄이나 동그라미와 함께 등장하게 함으로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했고, 다행이 내 의도대로 학생들이 많은 흥미를 보여줬고 수업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첫 수업을 하던 날엔 내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는지 본의 아니게 조급함을 보여서 수업시간이 5분 정도가 남았다. 학생들에게 질문도 더 많이 하고, 내가 설명 하고 있는 것이 잘 이해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이 두 번째 수업에서 이러한 아쉬운 점들을 보완 할 수 있었고, 학생들 앞에서도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수업 할 수 있었다. 
교생 선생님들과 교생 실습생 회의실에서 함께 보낸 시간도 잊을 수가 없다. 각각 다른 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갖고 있는, 연령대도 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뜻 깊은 일이었다. 다른 학교의 분위기, 다른 학교 학생의 진로에 대한 계획, 전공에 대한 생각 등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나와 그들이 함께 업무를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팀워크를 배울 수 있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캠퍼스 사람들과 수업 시간에 조모임을 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과정이었다. 우리는 모두 학생이지만, 실습 학교에서만은 책임을 지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 내에서 적응하고 서로에게 맞추어 가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었다. 그 사람들과는 1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특별한 정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교생 실습 기간 동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내 교과담당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학급 담당 선생님과 교과담당 선생님이 같은 분이어서 다른 교생 선생님들에 비해 내 담당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깊게 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부족한 점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지적도 해주시고, 또 나의 좋은 면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는 교생 실습 성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나의 인격적인 모습, 나의 성격, 나의 습관들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시곤 했다. 교직에서 20여 년 가까이 머문 입장에서 교직의 장단점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셔서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하는 실질적인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나의 성격과 전공과 특기 등을 고려하셔서 정말 나에게 좋은 직업은 어떤 직업들이 될 수 있는지 조언도 해주셨고, 대학 졸업하면서부터 이제 진짜 진로탐색의 시작이라며 조급해 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원한다고 진심 어린 권고도 해주셨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나는 나도 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고, 이를 통해 나는 내 진로와 직업 선택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게 되었다. 또한 학급 담임과 교과 주임의 역할을 함께 감당하느라 매우 바쁘신 와중에도 시시 때때로 나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려고 노력하시고, 더 좋은 것 많이 못 가르쳐 줘서 미안하다며 미안해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교사란 이런 거구나’하고 느끼곤 했다.
 앞으로 남은 학기를 마치고 교사를 하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진로를 탐색하게 될 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교사가 되든 안되든 2008년 4월 한 달간의 교생 실습 경험은 나에게 매우 유익한,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어색 한 정장 차림과, 선생님이라는 호칭, 회의실, 그리고 여러 행정적 업무 등 실습 하는 동안 경험 했던 것은 전부 다 처음 경험 하는 것들 이었다. 처음이란 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떨림이 공존하는, 한번 밖에 가져 볼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회생활에의 첫 내디딤이었던 교생실습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그 외에도 학생들, 교생 선생님들, 그리고 교직에 계신 다른 선생님들과 내 교과담당 선생님까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 된 것에도 감사하다. 교생실습 동안 배웠던 것들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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